본문 바로가기

See All

흐르는 기억 미뤄왔던 화장실 청소를 했다. 비릿한 세재 냄새에 머리가 아파 집안 곳곳 창문을 열어두고 잠시 소파에 누웠다. 어느새 2021년 4월의 오늘. 새벽 바람처럼 지나간 시간들이 열린 창문틈을 비집고 흘러 들어온다. 더보기
기억나지 않는 기억의 밤 눈을 뜨니 기억하고 있던 꿈이 있었는데 기억이 꿈이 상세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하루 이틀 이랬나 싶어 다시 잠을 청하다 어렴풋이 눈을 떠보니 밖이 또 어두웠다. 지난 날, 늦은 오후 듣고 싶지 않았던 말소리가 갑자기 한데 섞여 귓속을 어지럽혔고 그 어지러운 문장들이 나란히 그리고 제각각 줄을 지어 머릿속에 서있었다. 정신 없는 소리는 속에서 도저히 소화되지 않았다. 다시 눈을 뜨면 정신 없는 소리마저 잊혀질까, 기억나지 않는 기억이 귓속에서 소리친다. 더보기
도둑신부, 마거릿 애트우드 마무리는 책의 중간보다 밋밋했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경외감을 느끼게 한 책이다. 이름의 유명세 만큼이나 훌륭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 옮긴이의 말처럼 토니에게는 트몬리프 니토가, 캐리스에게는 캐런이, 로즈에게는 로절린드 그린월드가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의 반대편에 단단히 서있는 또 다른 자아가 그들이다. 과거의 형상인 그들을 계속 마주하면서 현실을 동시에 살아가는 세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악마로 표현되는 지니아. 지니아는 세 여자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 장본인 이었다. 그녀가 도덕적으로 박수 받지 못한 행동을 한 건 완벽한 사실이지만 그 엉망인 상황으로써 그들은 속박과 올가미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지니아가 만든 파괴로 인해 세 여.. 더보기
스즈처럼 ​ 작년 연말에 봤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래로 꽤나 긴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일본영화나 드라마는 선뜻 보지 않게 되는데, 이 영화는 왠지 자연스럽게 시선을 끄는 힘이 있었다. 생각의 휴식이 필요할 때 종종 찾게 되는 일본소설 처럼, 이 영화도 동일선의 울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따듯한 색, 소소한 감정의 힘, 눈길이 가는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같은 것, 그런 것들. 복잡한 감정을 차분하게 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그런 영화다. 내년 봄엔 영화에 나온 벚꽃터널에서 스즈처럼 자전거를 타보는 것도, 어디 한 번. #바닷마을다이어리 더보기
피렌체 가죽시장 이야기 ​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죽자켓을 샀다. 가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플로렌스에는 가죽공방이 늘어서 있는 거리가 있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을 지나 베키오 다리에 도착하면 가죽공방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혹시 당신이 피렌체에 가게 된다면 가죽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베키오 다리의 아련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기게 될 것이다. 베키오 다리에서 사진만 수십번,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전혀 맑지 않았지만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그 다리를 지나 중간길로 올라가면 가죽공방거리가 바로 보일 것이다. 베키오 다리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겨 플로렌스 가죽자켓 구입을 놓치지 말 것. 마음에 열린 만큼 지갑도 열릴테니 말이다. ​ 베키오다리 사진을 못 찾겠어서 일단 플로렌스 회전목마 사진을 올리니 참.. 더보기
Flower Topiary 꽃꽂이 수업이 벌써 8번째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즐겁고 재밌다 이젠 꽃을 꽤나 많이 알게 되어서, 동네 꽃집에 가도 아는 꽃이 많아 뿌듯하다는! 이번 꽃꽂이는 flower topiary ​​​ #FlowerTopiary 하 근데 오늘 꽃 이름 외우기 너무 힘듦 ㅠㅠ 줄리엣, 클레마티스, 퐁퐁다알리아, 아스크레파아스, 블러싱브라이드, 돌세토, 리시안셔스, 옥스포드, 스립토메인, 유칼립툽스, 에키놉스, 다정금, 퐁퐁소국, 파꽃 더보기
맞닿아있기 ​ 삶이 커다란 네모모양이라면 한 쪽면에 내 자신을 세워두고 마주보는 면에 현재와 미래의 장면을 채워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왼편에는 내가 마주 대하고 있는 면을 함께 만들어 가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 나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나의 오른편에는 내가 꿈꾸고 소망하는 일이 그 자리에 나와 맞닿아 있으면 좋겠다고. 그 언젠가 나의 커다란 삶의 단면을 멀리서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한 껏 기쁜 형상이 거기에 있으면 좋겠다. 아직 천천히 불규칙하게 진행중이지만 어느새 적당히 속도를 맞춰 그 네모를 꽤나 멋지게 채워나가자고. 그럴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겠노라고 생각했다. 더보기
여행지에서의 문자, 그리고 시작과 끝 꿈 같은 일이었다. 조금 긴 꿈을 꾸었던 것 처럼 단지 여운이 남아 좀 더 힘이 들었을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그새 괜찮아질 줄만 알았는데 그러지 못 해 헷갈렸을 뿐이다. 있는 한 껏 해보지 못 해 아쉬웠을 뿐이다. 그렇지만 다 부질없는 꿈 같은 일이었다. 기다리는 것은 모든 유기체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 기다림에 목말라 너의 마음이 크다 나의 마음이 크다, 난리를 치다가도 환한 당신에게 이끌려 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나는 당신에게 또 돌아가고 또 다시 사랑하고 또 다시 기다렸다. 결국 견뎌내지 못 하고 당신에게서 떼어진 조각은 기다리다 돌아갈 곳을 찾지 못 한 나였다. 거지같던 상처가 지난 감정 속에서 헤매이다 저절로 떨어져 나갔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의 무서운 상상이 발현.. 더보기
다 같다 ​ 비가 오다가 또 말아버린다. 가다가 또 그쳐버린다. 얼어 붙어버린 빗방울이 주변을 허둥대는 발걸음이 갈팡질팡하는 속마음이 다 같다. 더보기
무제 ​ Love Poem for No One in Particular Let me touch you with my words. For my hands, Lie limp as empty gloves. Let my words stroke you hair, Slide down your back and tickle your belly. For my hands, Light and free-flying as bricks, Ignor my wishes and stubbornly refuse to carry out my quietest desires. Let my words enter your mind. Bearing torches, Admit them willingly into your being. So they ma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