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위통 글쎄 위통이란 걸 처음 겪어본 후에 난 이 조이는 듯한 통증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수면 중 어떠한 아픔으로 인해서 잠을 깬적이 없었는데 그저께 갑자기 위통증에 새벽에 깨서는 먹었던 것을 그대로 게워내고 배를 쥐어잡고 다시 잠이 들었다. 미어터지는 인파 속에서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 느껴졌던 어지럼증은 평소에 느끼던 그 어지러움이었던 걸까. 그 날 하루종일 조심했어야 했는데.. 점심에 동료들을 모두 다 끌고 죽집에 가서 맛있는 죽들을 뒤로 하고 쓸쓸히 야채죽을 주문하여 민감한 속을 달래주었건만 연말연시에 이어지는 각종 약속을 피할 수는 없는지라 저녁으로 또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서 내 위를 다시 성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시작된 새로운 나의 위통은 하루종일 날 조물조물 괴롭히고 통증 자.. 더보기
손수건 '손수건 정도는 가지고 다녀라.' 어려서부터 항상 어머니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하지만 귀차니즘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나는 항상 어머니 말씀을 한 귀로 흘리고 밖을 나서곤 했다. 물을 엎지르거나, 손수건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올 때 '아 그 손수건 가지고 나올걸',이라며 조금씩 후회를 했다. 귀찮아 하는 내게 어머니께서는 손수건 몇 개를 고이 접으셔서 내 책상 한 켠에 올려두셨다. 아침마다 하나씩 가져가라는 말씀과 함께 어느 정도 손수건에 익숙해진 난 이제 백화점에 가서 손수건 쇼핑을 한다. 꽃무늬에 금사가 들어간 화려한 손수건,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손수건, 하나씩 사서 모을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난다. '포장해 주세요.' 오늘은 어머니께 손수건을 선물해 드릴까 한다. 은은.. 더보기
12.13 살금살금 다가가 놀래켜 주려고 했는데 갑작스런 인기척에 내가 더 놀라버렸다. 기대가 컸던만큼 물론 아픔도 클 거라며, 나도 모르게 계속되는 토닥임을 한없이 받아버렸다. 천천히 일어나 눈물로 엉겨있는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조심스레 창문을 열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는 양 바깥공기는 얼어붙을 만큼 추웠다. 날 반겨주는 차가운 공기일 뿐이다. 날 녹여주는 따듯한 입김일 뿐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