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정도는 가지고 다녀라.'
어려서부터 항상 어머니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하지만 귀차니즘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나는 항상 어머니 말씀을 한 귀로 흘리고 밖을 나서곤 했다.
물을 엎지르거나, 손수건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올 때 '아 그 손수건 가지고 나올걸',이라며 조금씩 후회를 했다.
귀찮아 하는 내게 어머니께서는 손수건 몇 개를 고이 접으셔서 내 책상 한 켠에 올려두셨다.
아침마다 하나씩 가져가라는 말씀과 함께
어느 정도 손수건에 익숙해진 난 이제 백화점에 가서 손수건 쇼핑을 한다.
꽃무늬에 금사가 들어간 화려한 손수건,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손수건, 하나씩 사서 모을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난다.
'포장해 주세요.'
오늘은 어머니께 손수건을 선물해 드릴까 한다.
은은한 핑크가 감도는 이 손수건에 고마움을 은근히 담아 보련다.
선물을 열어보신 뒤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한바탕 웃을 수 있으려나. 신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저녁이 될 것 같다.
첫 출근 날이다.
떨리는 마음에 아침도 먹은둥 마는둥 괜스레 손가방을 열어보기를 수십 번
늦장부리다 결국 발걸음을 재촉하게 될 내게 현관 앞에 나오신 어머니가 코트에 무언가를 넣어주시며 엉덩이를 톡톡 치신다.
'우리 딸! 잘 하고 와.'
'응, 엄마'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아파트를 울린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손으로 머리를 정리하고 코트에 손을 넣었더니 익숙한 감촉, 손수건이 잡혔다.
은은한 핑크가 감도는 그 손수건이다.
첫 출근 길, 떨리는 내 마음도 홍조를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