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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응원하다_ 검은 꽃



'검은 꽃'은 김영하라는 이름 하나로 무던히 구매한 책이었다. 지인의 추천도 없었고 서점에서도 몇 장 넘겨보지도 않고 사버렸으니 말이다.
책을 살 때 대여섯권씩 한 번에 사는 뭉퉁한 습관때문에 이 책은 방 구석 모통이에 박혀서 다른 책에 묻혀 잊혀지고 있던 참이었다. 어느 날 방문을 열어보니, 방청소를 마치신 어머니의 손 끝에 '검은 꽃'이 그새 표지를 빼꼼히 내밀고 있더라.

역시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단정하면서도 단호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글 안에서 제 각각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들이, 힘 없는 나라 아래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다시, 글 속에 독처럼 퍼져있는 그들의 기묘한 힘이 마음을 끈다. 숨 바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목이 간지럽고 고개를 저어대고 미간에 주름 잡힌다.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그렇게 마음이 같이 잡힌다.

악화일로를 걷는 지금의 나와, 그들의 마체테 칼이 함께 부러진다.
검고 붉은 바람이 불었다.
머나먼 한국 제물포항으로부터 멕시코 유카탄반도까지 가까스로 왔건만, 죽어 분하다는 그 미끄덩한 검은 손을 뒤로 하고 이 땅에 분하고자 왔건만. 결말의 선은 어디있는가. 절절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질 때마다 감정이 한 꺼풀씩 벗겨졌고, 그들 삶의 시림만큼이나 글을 읽는 내내 손 마디가 쓰라렸다. 아니다. 힘이 없다 말 하기도 부족하다.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절의 우리들. 현재의 우리와 그 당시의 모두를 위해 힘차게 응원하며 읽었던 글. 검은 꽃.

늪에 처 박히면서도, 폐 속에 뻘물이 스며들때도 그래도 그 곳에서는 보통 날 같은 담담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괜찮다. 악몽같은 삶을 끈질기게 견뎌온 그들은 곧 나아질테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