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카 간스케의 은수저를 읽는데 간간히 나오는 주석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
나는 일본 문화는 잘 알지 못하는 데다가 별 관심도 없다. 제 2외국어가 일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나는 일어는 수행평가 시간에 한 페이지를 통째로 달달 외웠던 약 20문장 남짓되는 것 뿐이다. 히라가나 가타가나 문자들도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리저리 구부린 동그랗고 몽글한 느낌의 문자들이었다. 음악도 가리지 않고 듣는 나지만 역시나 일본 노래는 왠지 잘 듣게 되지 않는데, 그 일본의 것 중 자주 손이 가게 되는 건 문학 하나인 것 같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일본 문학 특유의 내음이 좋아서, 읽기 부드러운 글의 흐름이 좋아서 주로 잡게 된다. 바로 전에 읽음을 끝낸 글의 여운이 강하다거나 무언가 읽고 싶은데 무겁지 않은 글을 찾을 때, 그럴 때 손이 머무는 곳이다. 읽음으로써 휴식이 되는 것들. 나무의 잎사귀가 이따금씩 바스락 거리는 듯한 공간의 문학.
아무튼 은수저 속에 가득차있는 주석들은 일본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내게 다양한 지식을 알려준다. 그것들은 문 밖에서도 아주 멀찌감치 있었던 나를 문 쪽으로 한 두걸음 걸어가게끔,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여행 사이트를 뒤져가며 일본 여행계획을 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북에 내 일본여행 사진이 올라올 때 쯤엔 또 몇 권의 책들이 나를 훑고 지나간 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