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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ReAding

나를 찾아가는 방법_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몇 년의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김하진이란 사람이 그 당시의 자신인 오선주를 찾아가는 이야기.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그리고 또 신경숙.

얼마나 아프면 기억을 잊고 나를 잊을까, 라는 생각. 상상하지 못 할 아픔. 겪고 싶지도 않을 그런 아픔.

언젠가 나는 아프다 아프다, 라고 수도 없이 말하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도 내 주변도 다 그 아픈 자리였다. 그렇게 시간이 멋대로 흐르고 미운 감정도 점차 사그러들고 눈을 그렇게 수 만번을 감았다 떴다 하다보니 그 아픈 자리가 보통의 자리로 또 변해있었다. 가끔씩 들려오는 이야기도 웬만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자꾸 나를 쳐냈던 시간의 기억도 그냥 그럴 때가 있었지, 정도로 아물어 있다.

'이제 괜찮아?'

이제는 정말 괜찮다. 이제는 다 거짓말처럼 괜찮다.
괜찮냐는 말은 그 때의 감정에 따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온다. 사실은 그 때의 나는 괜찮냐는 주위의 말 한마디에 왈칵 울음을 쏟곤 했다.
어 괜찮아, 와 함께 오는 가슴 속 뜨거움은 괜찮지 않다, 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눈 앞에 대면했다. 소설 속 미란은 일시적으로 실명을 했다. 선 자리에서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눈을 뒤집어가며 세상을 뒤집어 버렸다. '보고 싶지 않다.'라는 강한 생각이 미란의 눈을 멀게 했다. 그 페이지에서 나는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을 찾아가는 하진과 그 곁을 함께해 주는 미란과 서로를 의지하는 그들이 참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그냥 또 한 편의 신경숙을 읽은 것 같다. 자유로우며 서정적인 길고 긴 시를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