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분명히 이상한 종류의 이별이었다.
광화문에서 시청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꼭 부여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으며, 걸어가는 도중에도 서로의 체온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 부둥켜 안곤 했다.
며칠 전 나는 그에게 마음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아, 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동안 생각해온 말이긴 했으나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난 후로 내 마음이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을 내뱉는다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 일이었던가.
다시 만난 그와의 저녁식사.
이는 화제를 애써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나와, 내 감정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그와의 작은 싸움이었다.
‘넌 너무 대쪽 같은 성격이야. 안 보고 싶으니까 보고싶다 한마디 없고, 빈말은 하지도 못하고 말야. 그런 너의 정직함이 한 편으론 너무 씁쓸하네.’
딱히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슴이 너무 답답했고 주변 공기가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식사 후 자리에서 일어나 보이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청계천에 다다랐다. 그와 함께 그 길을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헤어지자는 한 마디 없이 우리는 서로의 거리를 온 몸으로 실감하며 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참으로 이상했다. 눈물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토록 담담한 이별은 정말 처음 겪는 그런 종류였다. 마치 생명을 다해버린 반창고가 환부에서 떨어져 나가듯이.
이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점점 변하고 있는 마음을 확인한 뒤로는, 거부할 수 없이 식어가고 있는 감정의 진행에 나름의 합리화를 시켜버렸던가.
‘너 향기 난다. 이게 시작이었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내 머리칼이 흩날렸는지. 그가 말했다.
오른손으로 내 왼쪽 머리칼 끝을 살짝 움켜쥔 그가 내 눈을 보며 다시 말하고 있다. 이게 시작이었다고.
예전에 무용담처럼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말할 때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살며시 건네주는 휴대폰 화면을 보러 내 몸을 그에게 기울였을 때 그때 내게서 진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고, 아마 그게 본인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가슴이 순간 저릿했다.
‘이렇게 이별하는 경우도 있나?’
꼭 잡은 두 손을 내려다보며 그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이런 경우도 있나 보다. 나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이상한 종류의 이별이다. 평소와 다르게 유독 천천히 걷는 그가 다시 말한다. 빨리 걸을수가 없어, 라고 눈 앞에 시청이 보이는데 곧 헤어져야 할텐데 어떻게 빨리 걸을 수 있겠냐며 자조섞인 말투로 숨죽인 듯 말한다.
우리가 만난 이후로 이 길을 얼마나 수 많이 걸었던가. 그와 나는 지하철 한정거장을 사이에 두고 일했다. 일이 바빠 야근이 되풀이 하면서도 언제든 원하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안도하게 하고 서로의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곤 했다.
그리고 지난 나의 사랑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인지하고 난 후, 이 감정의 변화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도록 잔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물리적인 거리가 차마 셀 수 없을 만큼 멀어져 버렸다는 것을,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변해버린 감정에 충실했던 이상한 종류의 이별이다.
그래서인지 뒤돌아보면 더 저릿하게 느껴지는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