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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 & SweeT

키 크는 꿈

 

 

 

 

특정 꿈을 자주 꾸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 당시 유난히도 자주 꾸는 꿈이 있었는데,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꿈이었다. 꿈 속에서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거친 땅을 달렸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에서 할머니의 손을 잡고 뛰어내렸다. 세네번을 연달아 뛰어내리고 나면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곤 했다. 뛰어내릴 때의 가슴 시린 아찔한 느낌을 기억한 채로.

꿈에서 깨어 외할머니한테 달려가 '할머니 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어' 라고 말하면 '우리 강아지 그건 키 크는 꿈이야' 라고 답해주곤 하셨다. 어찌보면 그 말이 듣고 싶었던 어린 마음에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꿈을 자주 꾸고 싶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까지 내 별명은 땅콩이었다. 키가 많이 작았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겨울방학 동안 내 키는 갑자기 10센티가 늘었다. 그리고 3년 동안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다.

더 이상 '작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 무렵부터였을까. 반에서도 보통 평균 이상의 키가 된 후 부터는 희한하게도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 적이 없다.

 

소망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의 상상력과 소망이 어우러져 수면 속 꿈을 만들고 발현했나보다.

그래도 뛰어내리는 것은 무서웠는지 외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뛰어내렸던 20년 전의 내가 문득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