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퇴근할 때 마다 느끼는거 지만 이유없이 온 몸이 후련할 때가 있다. 업무는 쌓여만 가고 일상은 악화일로지만 그냥 '오늘은 정말 수고했어.' 같은거, 내 자신에게 주는 토닥토닥류의 즐거움.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가보다.
조금씩 아물고 있다는 증거 같은 거.
친구의 재촉에 평소보다 15분정도 여유있게 나온 점심시간. 식사 후 마침 좋아하는 밀크티를 손에 들고서 바로 앞 내려다보이는 청계천 아래로 즐비해있는 하늘색 우산을 보다가 저 멀리 시선을 잡아 끄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쇼윈도에 있는 빨간구두. 정신없이 들어간 옷가게에서 내 발에 240이 맞나, 235가 맞나 이리저리 신어보다 거울 속의 발을 그냥 또 멍하니. 또 정신 못 차리고 이러고 있다가 10센티라 발등이 꺾일 것 만 같아 사지 못하고 나왔다. 내일 9센티로 해달라고 주문하러 가면 되는거니.
뭔가 마무리가 처음 의도와는 다르지만 무튼 난 지금 매우 후련하다는 거.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