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늦잠으로 증명했던, 길었던 휴일의 끝의 코 앞에서 끄적.
짧은 어휘량과 짧은 호흡으로 복잡한 마음의 표현을 어찌하며 또 어찌 그릴 수 있을까. 무던히도 살아온 내 인생의 시간 동안 고맙게도 많은 사람을 알았고 그들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허나 이 서른의 문턱에서 잔인하리만큼 아프게 쏟아지는 폭풍우와의 조우가,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폭풍의 그림자가 웅크린 나를 뒤흔들고 있다.
'난 당신의 기억을 지울수도 없고 잊게 만들 수도 없어요.'
벌거벗은 채 기억을 돌아다니다보면 갈기갈기 찢겨진 나를 만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앞으로의 시간을 포기하지 말라는거예요.'
어두컴컴한 골목 앞에 그가 손을 내밀고 서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예전의 그가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그 곳에 서있다. 조금 더 다정한 모습으로 기분 탓일지 모를 조금 더 친절한 형상으로.
내 눈을 멀게하고 날 울게 하는 손이 나를 붙잡고 열망한다. 하루가 산산히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