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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 & SweeT

삶은 순간의 연속일 뿐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침대에 엎드렸다. 씻고 자야한다는 생각과 잠시만 좀 누워있자는 생각이 머리 속에 뒤엉켜 몸을 새우처럼 구부린 채 침대 한 구석을 차지했다.
아 씻고 자야하는데, 속으로 뱉어내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냥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오랜 만에 달콤한 잠의 유혹을 부담없이 받아들였던 밤이었다. 실로 꿀 같은 잠. 비록 몸을 불편하게 잔뜩 웅크렸지만서도.


아침 여섯시 반에 잠이 들었던 자세 그대로 눈을 떴다. 씻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오늘 아침. 엉겨붙은 마스카라와 유분으로 번들거리는 피부, 그리고 바삭하게 말라버린 핏기없는 입술을 보며 요즘의 나는 참 안 됐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다들 이렇게 지내나, 뭐 똑같지, 다들 나와 같이 힘들겠지, 라며 스스로를 토닥였던 토요일 아침.
이제는 제발 편히 자자며 화장실로 직행한 나는 편해지기 위해 쏟아지는 수돗물에 의지하며 몸을 씻었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야지, 라는 하나 뿐인 생각이 화장실 공기를 어느새 훈훈하게 만들고 투명했던 거울을 뿌옇게 흐리고 있다.


제작년인가, 어느 겨울 쯤 혼자 영화관에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버린 무렵. 무료한 주말 오후에 이것저것 검색하다 갑자기 흥미가 생겨 보게 된 영화가 있다. 휴지없이 상영관에 들어갔다가 엄청 곤욕스러웠던 기억도. 다코타패닝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시의 나를 참 숙연하게 만드는데 그 중 유난히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던 대사가 이제 토요일 아침 우리집 화장실에서 떠다니고 있다.
Life is a series of moments. Just let them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