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추워진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들어왔지만 뭐 얼마나 춥겠냐,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정도 옷차림이었는데 뭘. 자신만만하게 현관문을 밀고 나가는데 전과 다른 매서운 바람이 짜잔하고 그새 도착한 겨울을 지독히도 알린다.
목도리도 점퍼의 모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겨울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마음가짐부터 먼저 다잡아야겠다며 크게 심호흡 한 번. 바들바들 떨리는 몸에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내일은 장갑을 껴야겠다,와 오일미스트를 하나 사야겠다,라는 두 가지다. 나도 참.. 월동준비가 겨우 이거냐는 비웃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지난 겨울의 끝물에 손장갑을 둔 곳을 머릿속에서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고, 약속시간 전 들른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는 얼굴에 미스트를 연신 뿌려보며 지갑을 열고 있다.
날 추운건 정말 싫어하는데 겨울이 또 왔다. 아무쪼록 이번 겨울도 잘 지나가길. 얼음판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지난 겨울의 반복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