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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짜임새가 돋보이는_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주말'

lizyoo 2014. 5. 9. 08:47


잘 짜여진 구성이었다. 그의 책을 두 권 연달아 읽어 내려가며 두 번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그리고 하드커버를 닫으며 들었던 생각은.

베른하르트 슐링크.
이름이 풍기는 묘한 분위기, 운율이 저절로 일어나는 듯한 발음.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발음이 동글한 그런 작가다.

<책 읽어주는 남자>와 그의 신작 <주말>을 주문했다. 그리고 하루 뒤
'고객님이 주문하신 상품이 당일 배송예정입니다.', 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회사업무 중 당장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집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휘몰아쳤었다.
고 박완서 작가, 존경하는 신경숙 작가의 책을 포함하여 여러권의 책이 집에 배송되어 왔으나 가장 처음으로 읽고자 하는 마음에 집어든 책은 <주말>이었다. 따듯한 색감의 커버가 마음에 들어와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테러리스트가 주인공이라는 것 만큼 반전도 없는 듯 하다.

보통 나는 국내도서보다 외국도서를 빠르게 읽는 편이다. 번역본이기 때문에 그리고 편한 원어로써의 정서가 단어 사이에 녹아있지 않으므로 빠른 전개와 긴박감이 특징이라고만 여겨왔다. 그런데 이 책. 여느 외국도서와는 다르다. 살아있는 묘사에, 단어들의 엮음이 그려주는 그림에 진도가 여간하니 잘 빼지지 않는다. 나조차도 작가의 문장에 슬몃 손을 대고 있어 달리 움직일 방도가 없는 문장의 모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번역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원문을 읽지 못한 서운한 마음. 나중에 독어를 공부해서 원문으로 읽어 내리고 싶은 욕심이 들게 만드는 그런 책.

아쉬웠던 점은 그의 책은 짜여진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학교수인 작가의 성향을 반영하는가. 두 권을 연속해서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책을 덮고나면 글의 시작과 전개, 과정, 갈등, 해결 등 책에서 확연히 들어나는 무난한 소설의 흐름이 강하게 남는다. 글의 호흡은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하지만 결국 틀 가까이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급진적 테러리스트인 주인공의 출소 후 주말을 그린 이 책은 마치 하나의 연극을 읽는 것 같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최고의 저서라 손 꼽히는 <책 읽어주는 남자>가 영화로 재구성 되었다면 이번 신작 <주말>은 연극으로 구성되어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