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펙트럼의 양끝에 서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s in love>
사랑의 스펙트럼의 양끝에 서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s in love>
이 책을 손에 잡은지 벌써 세 번째다. 세 번이나 잡게 되는 책은 흔치 않은데 이 책은 정말이지 남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나의 연애는 항상 다른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알랭 드 보통의 이 심오한 사랑철학책은 읽을 때마다 내게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 준다.
마르크스주의가 2010년 당시의 내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면,
2013년 지금은 <11장,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가 내 가슴으로 전달되는거다.
나는 과연 그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그에게서 무엇을 보았는가, 대체 무엇을 보고 싶은가?
사랑에 대한 진정성과 사랑의 확인, 생각과 사랑의 각자의 스펙트럼의 양끝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그에게서 정말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걸까. 나는 왜 그를.. 사랑했을까.
바꿔 생각하면 나는 그에게서 나를 보았던 것은 아닐지 한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감동했던 그에게서, 손 잡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던 그에게서, 표현에 절대 인색하지 않았던 그에게서, 가끔은 밑도 끝도 없이 자기중심적인 그의 모습에서, 심통부리며 가볍게 토라지는 그의 모습에서, 얄궂게 보였던 그의 표정으로부터 나는 나를 보았었다.
한 차례 사랑이 끝나고 나면 그 지나간 날의 사랑이야기는 달콤한 기억으로 남아 내 안에서 맴돈다. 그 사랑이야기는 달콤했지만 한 편으로 씁쓸하기도, 아쉽기도, 가끔은 심장을 마구잡이로 찔러대며 강한 통증을 전달하기도 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이놈의 통증이 느껴질 때면 심지어 회사에서조차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이 감정이 지나가기를 무턱대고 기다리는 일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마치 생명을 다해버린 반창고가 환부에서 알아서 떨어져 나가길 기다리듯이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는 날의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때의 나는 이 책의 무엇을 보게 될까? 또 어떤 챕터에 빠져 이 재미없는 감상나눔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