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 SweeT

긴 휴일

lizyoo 2013. 5. 15. 16:13

 

 

주말이 길어졌다.

오늘밤은 뭐든지 여유롭게, 뭐든지 조금은 늦장부리며 시간을 보내도 안심이다.

 

샤워기를 틀어놓고 양치하는걸 좋아한다.
따듯한 물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칫솔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거울이 조금씩 불투명해지기 시작하고 수증기로 욕실이 적당히 훈훈해질때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욕실을 가득 메우는 Bill Evans와 온기 가득한 물소리는 격무로 지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방울들이 몸에 닿으면 타다닥대며 자작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나는 그 소리가 정말 사랑스러운거다.

  

샤워기를 잠그고 수건을 찾아 몸을 닦았다. 욕실 안 공기가 너무 따듯해서 문을 열어버리면 쌀쌀한 공기가 안으로 밀릴까봐 나가는데 조금 멈칫했다.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얼마나 오래 샤워를 했던지 휴대폰을 잡은 손끝이 할머니 손처럼 쪼글쪼글 했다. 피식 웃으며 내려다보니 역시나, 발가락도 쪼글거리고 있다.

 

어제 뉴스에선 유례없는 이상기온이라며 한바탕 난리더만, 그새 달라진 날씨에 공기가 매섭다.

옷장 세번째 칸을 열고 좋아하는 옷을 꺼냈다. 쫀쫀한 소매가 맘에 드는 진회색 셔츠.

머리를 틀어올리고 책장에서 손에 잡히는 책을 한 권 꺼내어 침대에 눕는다.

 

연휴가 낀 주말은 항상 축복이다.